우리교육 기획위원들의 성명서와 우리교육 필진들의 <절필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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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육 기획위원 성명서>

 


《우리교육》은 죽었다

 


지난 3월에 《우리교육》은 창간 스무 해 기념호를 냈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상의 종간호가 되었다.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된 교사들이 퇴직금을 모아 만든, 자기 언어로 말을 할 수 없었던 교사들에게 말길을 열어 주었던, 교육운동의 방향(이념성)과 교실 안에서의 실천(현실성)을 모두 담아내던 《우리교육》은 세계적으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체였다. 지금 보면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20년 동안 이런 잡지가 매달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교육운동의 큰 성과고 자랑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교육》은 죽었다. 작년 말 편집부장과 고객지원부서장의 사직으로 시작된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편집부 기자들과 대부분의 우리교육 노조원이 퇴사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교육》을 만들 사람은 인제 없다! 경영진은 새로 사람을 뽑아 계간지를 낼 것이라고 한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월간지를 복간한다고도 한다. 이런 말은 문제의 핵심을 한참 벗어난 것으로, 경영진의 매체에 대한 의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스스로 드러낸다. 그리고 매체에 대한 이런 낮은 의식은 경영진이 《우리교육》을 오로지 전교조 단체구독을 따내기 위한 상품으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우리는 《우리교육》이 무조건 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준 까닭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교육》의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시대의 소명을 다했다면 명예롭게 종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교육》이란 이름의 잡지가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운동과 매체’에 대한 치열한 의식이 있느냐, 그런 정신을 살려 갈 주체가 있느냐다. 경영진은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언어가 필요하고, 그 언어를 어떻게 생산 유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이 매체 발간을 오직 비용의 문제로만 보고 있다.

 

우리는 우리교육 내의 갈등을 보면서 경영진의 고충과 기자들의 아픔을 균형 있게 보려고 했다. 이런 갈등 없이 ‘《우리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어려운 국면이 되었으니 경영진과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과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어렵게 중재안(월간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TF 구성)을 만들어 이사회의 승인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영진이 사태를 수습해 가는 과정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부서장이 없는 상황에서 마음의 정처를 잃은 기자들, 전환배치로 고통을 겪고 있는 노조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료사업의 차질을 걱정하는 전교조 지도부의 요구(매체의 안정적 발행을 보장하는 것)를 빌미로 기자들로서는 굴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서명을 요구하고, 기자들을 회사에 해를 끼치는 집단으로 몰아가 결국 사표를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체 제작 주체가 사라지면서 어렵게 마련한 중재안도 자연스럽게 폐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기를 바라는 기획위원들이 회합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악화된 상황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지고 기자들과 노조원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는 것이 선결 조건임을 확인하였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대표이사의 퇴진이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이 안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별도의 수습 노력을 하지도 않았다.

 

이런 행동들은 ‘경영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교육이라는 회사는 그 자체가 교육운동의 성과이고 진보적 교육, 대안적 교육을 기획하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기자들도 노조원들도 우리교육에서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높은 윤리의식과 대안적 경영에 대한 성찰이 없는 우리교육이라면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 준 우리교육 경영진의 태도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이는 ‘진보적 교육,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우리교육》을 내는 회사로서 자기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자기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한 경영진은 《우리교육》을 만들 수 없다. 《우리교육》은 회사 경영진의 것이 아니라 진보와 대안을 꿈꾸는 교사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사태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기에는 20년 동안 《우리교육》을 지켜 온 많은 교사들과 기자들의 상심이 너무 크다. 특히 최근의 갈등으로 사표를 쓴 기자들과 노조원들의 자부심을 지켜 줄 도리가 없다. 이에 ‘기획위원’으로 《우리교육》을 만드는 데 참여해 온 우리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행동할 것이다.

 

1. 우리는 지금의 경영진이 만드는 《우리교육》은 더 이상 《우리교육》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더 이상 기획위원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2. 우리는 지금의 경영진이 만드는 《우리교육》의 제작과 유통의 어떤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3. 우리는 우리의 뜻을 널리 알려 지금의 경영진이 만드는 《우리교육》에 대한 절필, 절독 운동이 확산되도록 할 것이다.

 


 

2010년 5월 19일 월간 《우리교육》 기획위원 일동

공영아, 김도균, 박복선, 서근원, 성열관, 안승문, 양은주, 이계삼, 이병곤, 이상대, 이윤미, 이혁규, 정용주, 최병우, 한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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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필 선언>

 

우리는 (주)우리교육이 발간하는 어떠한 매체와 단행본에도 필진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을 가슴 아프게 선언한다.

 

그동안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월간 <우리교육>과 우리교육의 단행본 작업에 참여해 왔다. 우리에게 우리교육을 통해서 자신의 글을 발표한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폭압적인 군부독재의 억압을 뚫고 참교육의 가치를 부르짖다 길거리로 내쫓긴 해직교사들에 대한 존경이었고 동참이었다. 그래서 우리교육을 통해 글을 쓰는 것은 인권과 평화, 생태와 교육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서 실현하는 작은 실천이기도 하였다. 글이 그저 종이 위에 그려진 먹물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위한 실천이 된다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것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지난 20년간 <우리교육>이 내세웠던 가치가 <우리교육>에 의해 버림받는 것을 보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시장과 무한경쟁의 질서에 반대한다는 출판사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지금 출판계의 상황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글을 쓰는 우리들 역시 출판계, 특히 경쟁하며 먹고 사는 데 보탬 되는 얄팍한 책이 아니라 가치를 생각하는 책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교육은 더더욱 자신들이 발간하는 책이 주장하는 가치를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의 운영원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야 했다. 그런데 경영진이 택한 것은 가장 손쉬운 길, 효율성에 기댄 일방적인 구조조정이었다. 그 순간 우리가 그동안 우리교육을 통해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주장하였던 모든 내용은 우리교육 스스로에 의해 부정당했다. 여기에는 더불어 같이 가는 공동체의 가치도, 서로의 배움을 촉구하는 교육의 가치도,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의 원리여야 하는 인권과 평화의 가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왜 <우리교육>에 글을 써야 하는가? 우리의 글이 자기 자신을 배신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우리교육과 인연을 맺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심각한 것은 우리교육 사태는 단지 한 개별 출판사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보와 가치의 이름으로 퇴행이 판치는 것을 아프게 목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의 퇴행은 수구보수들의 공격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특히 최근 출판계에서는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 진보의 담론이 소개되고 소비된다. 성찰의 언어가 소비의 아이템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가슴 아프게도 진보 매체와 출판계가 여기에 편승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교육 사태가 바로 이런 퇴행의 한가운데에서 일어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도저히 우리교육에 더 이상 우리의 글을 담을 수 없다. 우리가 알던 우리교육은 슬프게도 20돌 생일을 맞아 죽었다. 따라서 지금부터 (주)우리교육이 발간하는 그 어떤 출판물도 우리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아니 우리는 지금부터의 (주)우리교육이 애초부터 우리가 알던 우리교육의 역사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신생’ 출판사라고 선언한다. 그것만이 죽은 우리교육에 대해 우리가 바칠 수 있는 예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교육을 통해 발간하였던 모든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은 현재의 계약이 만료가 되는 순간 완전히 종식된다고 선언한다. 더 이상의 자동계약은 없으며 모든 출판물은 계약종료와 동시에 저자들에게 환수될 것이다.

 

2) 월간 <우리교육>에 연재하였던 글들도 그 저작권이 종료하는 순간 더 이상 (주)우리교육은 단 한 글자도 인용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다. 그리고 우리교육이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모두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

 

3)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출판물에 우리 동참자들은 결코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그것이 새로운 매체이건 단행본이건 지금부터 우리는 모든 작업을 중단한다.


2010년 6월 1일


- 1차 선언 명단-

강양구(프레시안 기자, <아톰에서 미래소년 코난으로> 저자)

곽지순(인천 화전초 교사, <배움을 키우는 교실 속 북아트> 저자)

권김현영(국민대 여성학 강사)

김권호(서울 우이초)

김낙호(만화연구가)

김우재(UCSF 박사 후 연구원)

김은아(서울 도봉초)

김작가(음악평론가)

김중미(<괭이부리말 아이들> <거대한 뿌리> <꽃섬고개 친구들> 저자)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급진적 자유주의자들> 저자)

김훈태(과천자유학교)

문정현/평화바람(<불어라 평화바람> 저자)

박권일(<88만원세대> 공저자)

박병석(영등포고 지리교사, <교실밖 지리여행> 저자)

박복선(성미산학교 교장)
박지희(서울 창도초 교사)

박진환(충남 논산 반곡초,<아이들 삶의 리듬을 잇는 학급운영>, <아이들 글읽기와 삶읽기> 저자)

박현숙(경기 시흥 장곡중, <놀이로 하는 학급운영> 공저자)

배경내(인권운동사랑방,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춘다> 저자)

변홍철(대구 물레책방 인문학연구실장)

서근원(대구 가톨릭대, <수업을 왜하지> 저자)

서정민갑(문화연구기획자)

성현석(프레시안 기자)

송춘길(경북 구미 선산고)

안순억(경기도교육청,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 공저자)

안준철(전남 순천 효산고, <그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저자)

양은주(광주교대)

엄기호(연세대 박사과정, 우리신학연구소,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포르노 All Boys Do It> 저자)

엄은희(iCOOP생협연구소 연구원, 환경교육학 박사)

윤지형(부산 신곡중, <교사를 위한 변명> 저자)

이계삼(경남 밀양 밀성고,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저자)

이병곤(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 <위기의 학교> 역자)

이윤미(홍익대, <문화 정치학과 교육> 공역자, <한국의 근대와 교육> 저자)

이혁규(청주교대,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저자, <수업 비평을 만나다> 공저자)

정용주(서울 백석초)

조성실(서울 도봉초, <즐거운 수학시간 만들기> 저자)

조영선(서울 경인고)
주순영(강원 삼척 정라초, <부모와 함께 쓴 모둠 일기> 저자)

최병우(전북 남원 인월중고)

최종순(서울 노원초, <아름다운 교육실천 사회참여 체험교육> 공저자)

한윤형(<뉴라이트 사용후기> 저자)

한재각(<침묵과 열광> <리얼 진보> 공저자)

한채윤(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허남혁(<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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