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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7일 토요일 저녁에 하자작업장학교 시즌1의 마지막 졸업잔치가 있습니다.
이 잔치를 끝으로, 하자작업장학교는 잠시 쉬면서
몇 사람의 "시즌2만들기" 팀과 더불어 오는 9월에 새로 문을 열, 하자작업장학교 시즌2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 날 우리는 하자센터 999클럽에서 <세계를 구하는 시인들, 크리킨디>라는 제목의 잔치를 엽니다.
저녁 6시에 모여서 소박한 밥상부터 함께 나누고,
7시부터 토토의 졸업식과 16명 주니어과정 죽돌들의 주니어 수료식, 그리고 시즌1을 마무리하는 잔치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8시 반부터는 <earth hour: 지구를 위한 한 시간>에 참여하는, 어둠을 즐기며 지구를 위한 기원을 나누는 잔치를
9시 반까지 한 시간 동안 이어갑니다.

2001년 9월 하자작업장학교가 개교하였습니다. 911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개교식에서는, "하자작업장학교 만들기" 팀의 한 사람이었던 오로라가
<고래이야기>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상영했습니다.

그 <고래이야기>를 보면서 적었던 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겨울내 남반구에 흩어져 지내던 고래들이 수천 킬로의 대양을 건너 북극해에 도달하면
두 서너날 이상을 거뜬히 먹지않고 선 잠을 자며 홀로 여행해온 고래들의
아찔하도록 즐거운 만찬과 파티가 있다. 새우와 같은 간소한 음식을 먹으면서 
고래들이 머리를 맞대고 호흡을 가다듬어 분수를 내뿜으며 노래하는 장면은 잊기 어려운 장관이다.
고래의 노래는 물결을 타고 수천 킬로를 또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가청권 밖의 소리여서 들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고래의 노래가 '그래서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
들려지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누구의 소리보다 웅장하게 이 우주에 충만해 있는 것이다.
십대들은 그런 고래이고, 십대들의 소망과 생각은 고래의 노래소리 같다.

"학교는 늙은 아버지같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실존을 증명해내려고 잠도 잊은 채 뜨겁게 애쓰던,
2001년의 학교를 만들던 십대들이 이제는 이십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10년의 십대들은 '집귀신' 혹은 '인터넷귀신', '휴대폰귀신'으로 살면서 길을 가면서도 잠을 잡니다.
학교 초기의 비디오들과 선배들의 글들을 살피던 토토는 '앙가주망이 아니라 인볼빙이 화두'라면서
그 무엇에든 "마음붙이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고 말합니다.

토토와 하자작업장학교의 십대들은 
지난 1년 동안 <세계를 구하는 시인들>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시"를 음으로 갖는 다양한 한자들을 살피면서 
우리는 길가에 흐드러진 잡목 "섶"을 의미하는 '시(柴)인'으로서 세계의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행을 이어갔습니다. 
불붙은 숲과도 같은 지구마을을 불안하고 무섭고 그래서 외면하고 싶다 느끼면서도 우리는
끝없는 토론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겨울 일본에서 돌아온 교장 조한이 한 장의 프린트를 주시면서 
"이 이야기를 하자작업장학교 시즌2의 이야기로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시즌1을 마무리하는 담임들과 십대들이 모여서 각자의 얘기를 나눴습니다.
"마음붙이기"가 끝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속의 동물들은 앞을 다투며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크리킨디(벌새)란 이름의 새는 왔다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습니다.
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새로운 십 년의 또 다른 꿈을 꾸면서 
지난 십 년의 꿈을 아름답게 간직하고, 그 꿈이 어떻게 실현되어 왔는지 들여다봅니다.
길 가의 섶으로서, 작은 크리킨디로서, 그 작은 가슴 안에 담겨 있는 
하자작업장학교 2.5톤 거대한 "고래들의 노래"를 기억하면서
2010년 3월 27일 세계의 사람들이 지구를 위한 한 시간을 갖는 그 날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숲과 우리 세계의 친구들 그리고 이웃을 위한 기원의 시간으로
시즌 1의 마지막 잔치를 준비했습니다.

함께 하셔서 잔치의 기운을 더욱 북돋워 주세요.
이 날 오실 때에는 봄 기운에 맞는 "초록"의 빛깔을 옷이든 몸이든 어딘가에 보여주시면서 (드레스코드)
졸업생, 수료생 축하와 격려도 해주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져주세요.


                                                                                           하자작업장학교 시즌1을 마무리하는
                                                                                           시니어 토토, 
                                                                                           주니어 센, 반야, 밤비, 홍조, 땀, 산, 두란, 퓨니, 구나, 도로시, 무브, 오피, 동녘, 쇼, 슬봉, 에이스
                                                                                           담임 양상, 유리, 단지, 사이다, 히옥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