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  한국 뚫고 하이킥-다이나믹 코리아의 서글픈 자화상과 만나다]

대담 : 홍형숙, 경순
진행 : 허문영

기획의도

재독철학자 송두율은 2003년 37년만에 고국을 방문했다가 ‘거물 간첩’으로 전격 체포됐다. 한국사회는 그에게 '경계인'으로서의 양심과 신념을 부정하도록 종용했고, 그의 양심의 자유와 존재 자체가 부정됐다는 사실조차 잊혀져버렸다. 그리고 2004년과 2008년, 법원은 그에게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미완의 귀향’은 송두율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한국사회가 달성했다는 민주화가 얼마나 껍데기에 불과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송두율 사건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 사건이 비단 송두율 개인에게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송두율은 간첩 혐의를 벗고 다시 독일로 돌아갔지만, 우리에겐 언제든지 우리의 양심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광증의 징후가 여전히 남아있다. 2000년 그의 귀향실패기를 담은 <경계도시>와 2003년 그의 미완의 귀향 당시 벌어진 마녀사냥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낸 <경계도시 2>를 함께 보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역시, 그렇게 우리 자신을 철저히 돌아보기 위해서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아주 일상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결단’을 강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경계도시>
홍형숙 | 2002 | 80분 | 한국 | 칼라

줄거리
재독(底) 철학자 송두율 교수는 한국 정부로부터 ‘간첩’ 혐의를 받고 있으며, 현재 입국 금지 상태다. 그런 그가 마침내 33년 만의 귀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분단 시절 베를린의 별칭이었던 ‘경계도시(境界都市)’, 그리고 아직도 거미줄처럼 얽힌 레드 컴플렉스의 포위망 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는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지구상의 마지막 경계도시에서 ‘거침없이’ 그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연출의도
2002년 10월, 송두율 교수는 재차 귀국을 시도했다. “공항에서 되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는 입국하겠다.” 35년째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그의 각오는 결연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반응에 초청 기관 스스로 초청을 취소하고 말았다. 초청 자체가 취소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송교수의 심경이 어떠했을지 감히 가늠조차 힘들다. 나이가 들수록 ‘타협’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던 내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잠시라도 깊은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 자신 아직은 희망이 있는가 싶기도 하다. 그가 민주화 세력에 통렬히 던진 “용기와 결단의 부족”이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바라건대 이 영화가 아직도 귀향하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경계도시2>
홍형숙 | 2009 | 104분 | 한국 | 칼라

줄거리
2003년,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37년만의 귀국을 감행한다. 그러나 그는 열흘만에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간첩’으로 추락하고, 한국사회는 레드 컴플렉스의 광풍이 불어온다.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친구들조차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 2009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때 그의 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한국사회는 그때와 얼마나 다른가?

연출의도
Dynamic Korea, 한국사회는 여전히 숨 가쁘다. 그렇게 사건으로부터 6년이 흘렀고, 사건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지나버린 과거 사건일 뿐이라면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그때로부터 과연 얼마나 멀리 왔는가? 송두율 교수 사건을 통과하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힘겨울 수밖에 없다. 무엇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우리를 움직이는지... 이 영화가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면의 거울이 되기를 희망한다.


일시
2월 23일 화요일
pm 6:20 <경계도시>
pm 8:00 <경계도시2>

상영장소
씨네코드 선재

입장료
6,000원
(두 편 관람 시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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