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돌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영쉐프 친구들은 판돌게시판 글을 읽을 수 없다 하여서

아무거나 나누기 방으로 옮겨옵니다 - 



고나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재미있고 감동적인 졸업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적극 동의 동감 :)


줄이 줄어들기를 태평하게 기다리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못 먹어서 아쉽고 아쉬웠지만
이꾼의 공연도 달과 %%%의 공연도 참 좋았어요.

이꾼 공연 마지막에, 무엇을 기다리냐고 영쉐프 한 명 한 명에게 물은 후 
붉은 줄을 내밀며 '끝'이 아니라 '끈'이라고 연이어 외쳐줄 때가 특히!
졸업이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는 느낌 +_+

달과 %%%는 두 분 목소리가 잘 어울려서 좋았어요.
따뜻하고 까슬까슬한 담요같았지요. 페이스북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고 
지금 '눈 내려'를 듣고 있답니다.

슬라이드쇼를 보면서 대화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일 년을 지냈구나, 생생하게 다가왔지요. 

그레이스, 보리, 그 밖에 제가 이름 알지 못하는 많은 선생님들의 

애정과 정성이 졸업 행사 곳곳에서 가득가득 보여서  

이런 것이 진짜 졸업식이구나 하는 기분. 


영쉐프 선생님들이 준비한 선물들은 가히 감동적이었습니다 ㅠㅠ

요리사의 손을 떠서 직접 만들어준 조형작품이라니. 

졸업장 옆에 있는 조르기 쿠폰이라니. 

(향후 1년간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그냥 보고 싶을 때 밥과 차와 술을 졸라댈 수 있는 쿠폰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멘토들은 반드시 영쉐프들에게 나간다는 약속. 와, 부러웠어요. 그리고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심이 담긴 어른들의 인사들 다 좋았지만

물길의 짧은 축사가 기억에 남아요. 이십대 때 지리산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맨 적이 있는데 

초보자를 위해 나무에 매어둔 붉은 리본을 놓쳐서 길을 잃은 거였다고, 

지금 졸업하는 영쉐프들 유니폼에 달린 것과 같은 붉은 리본이었다고 해요. 

지금 영쉐프 3기가 졸업하는 이 순간이, 혹은 영쉐프 3기가  

뒤에 오는 시작들의 길잡이들이 될거라는 말이었지요. 

 

그 뒤에 이어진 어떤 어머니와 아이들의 노래 :)

그리고 유자청 밴드의 공연~! 유자청 밴드 공연은 네트워크 학교 춤 워크샵 이후 처음인데 

역시 좋아요. 뒤에서 몸 흔들며 재미있게 잘 들으며

역시 나는 보컬분의 팬이 될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런 목소리를 좋아하거든요. 지난 번 부족파티를 놓친 것이 계속 아쉬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겠지요-

참, 두번째 부른 일본어 곡은 제목이 무엇인가요? 


마지막 졸업식의 하이라이트 - 영쉐프 밴드.

"우리는 요리하는 사람이지 음악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좋던걸요. '데뷔해라'라고 관객석에서 나온 말이 그저 빈말은 아니라고 생각.

특히 알퐁소 목소리는 잘 어울렸어요. 곡을 만드시면 밴드 하셔도 될듯? ㅎㅎ 

중요한 순간에 귀를 잡아끌던 마일의 일렉 기타도 :)

다감한 섬머의 목소리도.


"우리는 요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묘하게 감동적이었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의 일과 관련하여 확실히 말할 수 있다는 것.


영쉐프 친구들은 가끔 밥 먹으러 갈 때만 얼굴을 본 정도인데,

늘 친절하게 웃으며 맞아주어서 반가웠어요. 오늘 본관을 지나치며  

비어있는 영쉐프 공간이 조금 쓸쓸해 보이더군요.

다음에 어디선가 보게 되면 인사드릴게요.

잘 기억 못하겠지만, 저는 퍽 반가울 거예요. 앞으로도 멋있고 맛있게 살아가시길. 

사실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그렇게 사실 거라 예상해요 :)


그간 저에게 맛있는 커피를 주셨던 스텔라, 오리온에게도 인사를.

앞으로 그 커피들이 자주 생각날 거예요. 오늘도 무척 생각났어요, 이렇게 눈 내리는 날

오리온이 만든 쫀득쫀득한 우유거품이 있는 카푸치노가 딱인데.


며칠 전 오리온이 그만두는 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이야기를 듣고

선물이라고 (허브팀에 있던;;) 귤과 빵을 챙겨서 내려갔는데

이미 퇴근했다고 해서 아쉬었어요. 그런데 어제 보게 되니 매우 반갑.

머리도 새로 하고 화장도 하니 몰라보게 예쁘더군요.

홍대 피오니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다가다 한번씩 들러서 카푸치노를 마실게요.


스텔라, 오리온 다음에 또 만나요. 둘의 인턴십 수료식도 겸하는 자리인지 몰라서 

음식 먹으며 잠깐 마주쳤을 때 축하한다는 이야기도 못했네요.

뒤늦지만, 축하를. 끝이 아니라 끈이 되기를, 모든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