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셜쇼핑’ 조용한 개장…소셜커머스 오픈마켓의 서막
김철환 business@bloter.net | 2010. 12. 05

지난 12월 2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소셜쇼핑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연내 선보이겠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이미 시작한 줄은 몰랐네요. 새로운 ‘소셜’ 서비스나 기능을 선 보일 때마다 요란하게 알려왔던 것에 비추어 보면 너무도 조용한 개장이었습니다.

아무튼, 새로 문을 연 소셜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반 소셜쇼핑 사이트와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여러 지역의 공동 할인 구매들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다음이 한다는 소셜커머스가 기껏 이것인가? 실망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각 지역을 거점으로 열정과 패기로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일으키고 있는 소셜쇼핑 시장에 다음처럼 큰 기업이 뛰어드는 것이 옳은가? 그것도 똑같은 방식으로 단지 규모만을 앞세워 스타트업들이 일궈놓은 시장을 먹으려 드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설마 소문내기가 민망해서였을까? 의문은 계속 들었습니다.

최근 들어 NHN이 소셜커머스를 위해 오픈마켓 경력자들을 대거 모집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SK텔레콤의 11번가는 기존 소셜쇼핑 업체인 쿠팡과 제휴해 딜 어그리게이터(소셜쇼핑 업체들의 판매 정보를 한 데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로 나아가려는 상황인데, 다음의 소셜커머스는 소셜쇼핑에 그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쟁사들은 오픈마켓 형태든, 딜 어그리케이터 형태든 간에 ‘소셜쇼핑’ 시장을 아우르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다음은 고작 소셜쇼핑 시장의 한 플레이어로 머무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음의 소셜쇼핑 사이트를 꼼꼼히 살펴 보았습니다. 그런데, 다음이 말하는 소셜커머스가 지금이 다가 아님을 암시하는 세가지 단서가 발견되더군요.

첫 번째, 다음의 소셜쇼핑은 기존 소셜쇼핑 업체들의 판매 관행을 따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소셜쇼핑 사이트들은 지역별로 상권을 구분해 놓고 각각 하루 한가지 공동할인구매만을 진행하는데, 다음은 상권별로 여러 개의 공동할인구매를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도 구 단위로까지 세분화시켜 놓았구요. 다음의 소셜쇼핑은 최소 구 단위까지 전국 각지의 공동구매 할인 정보들을 한 데 모아 제공할 것 같은 추측이 들었습니다.

▲다음 소셜쇼핑의 카테고리 분류 체계가 ‘시 > 구’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공동 할인구매를 진행할 상품을 소싱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소셜쇼핑 업체들은 판매할 상품을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찾아 나서는데, 다음은 온라인으로 판매신청을 받고 있었습니다.

직접 전화로 판매 등록 문의를 해 보았는데, 신청을 하면 추첨을 통해 판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따로 심사는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직은 판매 등록 절차가 정립된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거의 오픈마켓에 준하는 방식으로 소셜쇼핑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구나 쉽게 판매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이용방법’속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를 찾았습니다.

다음은 소셜쇼핑 이용 과정을 ‘내가 사는 곳 찾기=>우리 동네 할인 상품 선택 => 상품 결제 친구들한테 소문내기 => 최소 인원 충족 시 쿠폰 발급 => 매장 방문 제품 수령’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실마리들이 나왔습니다.

서비스 이용의 출발이 ‘내가 사는 곳 찾기’라는 것은, 소셜쇼핑 서비스 플랫폼이 다음 웹서비스 외에도 다음 지도나 다음의 위치기반 SNS인 ‘플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또한 ‘우리 동네 할인 상품 선택’을 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판매 정보가 많아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판매 등록을 할 수 있는 오픈마켓 방식이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오픈마켓의 실마리외에 다음 소셜쇼핑만의 독특한 기능도 하나 발견됐는데, 결제 사실까지도 SNS로 연동시킬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상의 세가지 단서들을 종합해 보니 다음이 그리는 소셜커머스가 명확해보였습니다. 오픈마켓 형태의 소셜커머스였습니다. 그것도 전국 각지를 아우르는 모바일 위치기반커머스를 포함한 형태로 말입니다.

다만, 지금은 판매자 등록이 ‘반 수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나중에는 ‘셀프’로 자동 등록할 수 있게 바뀌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면 마치 페이스북 플레이스의 ‘딜스’와 비슷해지겠죠. 참고로 세계 1위 소셜쇼핑 업체인 그루폰과 미국 1위 오프라인 상점 리뷰 사이트인 옐프도 ‘딜스’ 와 유사한 오픈마켓 기능을 최근 추가했습니다. 국내 대표 소셜쇼핑 업체 티켓몬스터도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야 다음이 조용히 소셜쇼핑을 시작한 것이 납득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소셜커머스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현재의 형태로만 소셜커머스를 시작했다고 떠들기에는 시기 상조라 판단했을 것입니다.

이런 짐작이 사실이라면, 국내의 소셜커머스 시장은 포털사이트들을 시작으로 ‘오픈마켓 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공동 할인구매’라는 판촉 방식은 더욱 일반화될 것입니다. 판매자들의 소셜쇼핑에 대한 접근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반면 판매 대행을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기존 소셜쇼핑 업체들의 입지는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대형 포털들이 소셜쇼핑에 뛰어든다면 기존 소셜쇼핑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일반적인 소셜쇼핑은 포털들에겐 익숙치 않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털들이 오픈마켓 형태로 진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털들은 단지 판매자들이 소셜쇼핑 장터를 열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하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소셜쇼핑은 오프라인 유통 비즈니스에서 포털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다음의 소셜쇼핑 이면에는 오픈마켓 형태의 소셜커머스가 준비되어 있는 것일까요? 정황 증거가 포착된 NHN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은 어떤 형태로 드러날까요? 국내 소셜쇼핑 업체들은 어떻게 될까요?

2011년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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