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작업장 학교의 대학생 멘토로 처음 하자의 문을 두드렸고,

하자에서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매료되어

그 후로 7~8년간 이 언저리를 멤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영등포 달시장을 계기로

조금 깊게 하자와 다시 인연을 맺고 분주하게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인연을 정리해야 할 때인 듯 하여 

하자마을 주민들께 물러나는 인사를 드립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게 있어 하자는 등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세상이 점점 더 거칠고 야만적으로 변해가도

하자에서는 어떤 의미있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었고,

사람을 지키는 울타리를 만들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함께 할 때는 방주와 같은 느낌을 받았고,

함께 하지 않을 때는 어두운 밤에 빛을 쬐어주고 있는

등대와 같은 공간이라 생각해왔습니다.

두려운 세상에 한 걸음을 내 딛을 때,

하자가 쬐고 있는 빛을 보며

조금이나마 내 갈 길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시장을 통해 지역분들과 좋은 에너지를 함께 나누며,

기분좋은 나눔과 아웅다웅하는 다툼을 겪으며,

내가 사람살이 안에 들어와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 달시장이 페스쿠자의 공연으로 오픈하였을 때,

그 즐거운 긴장과 에너지 속에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강구야와 기획2팀의 동료들, 그리고

달시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일을 만들 때 내가 살아있구나.

이 일로 내가 자존감을 느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지난 3년 간 일머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과 고집이 강해

관계를 잘 챙기지 못하고 어지럽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 본의와는 다르게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언젠가 다시 인연이 닿을 때는 조금 더 느긋하고 편안한 에너지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하자마을 주민들에게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우리 행복합시다. 우리 같은 사람이 잘 살아야 좋은 세상인 것 같아요. ^^"


숨막혔던 20대를 지나

30대의 초반은 조금 더 유랑하며 살리라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하자에서의 귀한 경험을 기반으로,

저는 경북 상주의 귀농지원센터에서 자리를 잡고

당분간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귀농인의 농사일을 지원하고, 지역문화일을 가꾸는 일을

하나씩 배워나가며 하게 될 듯 한데.

유목하는 가운데, 다시 하자와 인사를 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웃으며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달시장을 하면서, 제가 시설관리실의 분들과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요.

끝이 날 때 즈음이 되어서야,

제가 성함을 다 모르고 있다는 걸 알고 많이 죄송했습니다.

정들만 해지니 떠나네요.

아쉽지만, 다음에 또 뵐 때 기분좋게

차 한잔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모두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