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없이 판돌 게시판에 올렸는데, 


주민들 요청이 있어서 중복 게재합니다. 


기본적인 소개는 지난번에 올린 포스팅을 참고하시고요.


http://intra.haja.net/intra/free_stuff/1804874



OTELO의 Martin Hollinetz씨의 활동은 여러 모로 시사점이 있을듯하기도 하고, Martin씨와 그 조직은 하자에서 네트워킹을 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마틴씨 개인이 상당히 균형잡힌 생각과 방법의 소유자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상당히 야심이 있는데도 (4년동안 9개가 생겼으면 성공적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겉으로는 겸손한 느낌을 주는 점이 그렇고.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OTELO의 운영원리도 특이했습니다 (모두 협회형태인데,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곳만 협동조합화.) 
- 원래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이들이 협동조합으로 함께 하고 있는데, 특정 월에 개인이 할당된 이상의 수입을 가져 오게 되면, 돈을 더 가져 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유시간'을 더 부여 받는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가족을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고요. 최근 하자에서도 논의했던, 자율노동, 타율노동, 자급노동의 균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부/지자체 혹은 기업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영리한 방법을 취하고 있더군요. 자공공측면이나 시장과의 관계설정 측면에서 참고할 만 했습니다.
- 4개 사이트를 확보한 이후에 정부에서 계속 도움을 주겠다, 전국적 차원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답니다. 해서 금주에, 전체 회의를 여는데, 장관 세명을 초정했다는군요. 이유는 특정 부처가 OTELO의 지원에 대해서 독점적인 목소리를 갖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또, 회의 자체는 돈이 들이 않으니, 자기들이 경제적 후원을 했다고 생색을 낼 수도 없고요. 
- 여하튼, 당초 계획했던 것이 아니지만, 지금은 전국적 차원의 네트웤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 또, 성장하면서도, 초발심을 잊지 않기 위한 균형잡힌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즉, 규모가 커지더라도, 커뮤니티기반의 조직이라는 정신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는듯했습니다. 
- 아마 내년 이후엔, EU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 EU차원에서 조사를 해보니, 실제 창조 경제의 성과물들이 대도시가 아니라, 지역에서 (농촌 포함) 더 활발하고, 가능성도 높다라고 판단을 한다고 하네요. 한국의 상황과 다른 부분이 있고, 농업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껴 귀촌을 하는 젊은 이들이 늘어가는 상황은 한국도 다르지 않으니까,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비서울 지역을 배경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을 살리는 그림이 환상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각각의 사이트가 하는 일이 하자의 1, 2, 3기를 합쳐 놓은듯이 다양한 점도 특이한 것 같습니다. 
- 즉, 예술과 기술 (Arts Electronica)
- 지속가능성과 지역 운동 등. 

예를 들자면, 태양열 건조기를 만들고, CSA나 트랜지션 타운,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협동조합을 하는 한편, 다른 쪽에선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죠.
- 마틴씨는 3D프린터 오픈 소스운동의 선구자라는 makerbot의 설립자 중 한명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이쪽은, 공유경제/창조경제 startup의 전형적인 모습. 즉, 상장등으로 부를 거머쥔 후에는 시스템에 포획되어, 기존의 기업처럼 이윤중심으로 움직이고, 자신은 조직에 대한 통제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고 평하더군요. 이 점은, OTELO성장 후에 어떻게 초발심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그래서 지역기반의 협동조합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는 이야기였고요.

=> 허브주민 중 IT전문가인 산하가 3D 프린터를 만들어 쉐플러 조리기 (태양열 조리기)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실험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던데요. 꼭 쉐플러 조리기가 아니더라도 하자의 청소년들과 3D 프린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하시네요 (오픈 소스를 이용).

3D 프린터는 첨단 산업이라는 측면과, 모든이들에게 제조의 역량을 제공하자라는 진보적 어젠다의 측면이 공존하는 아이템이라서, 하자 입장에선 비판적 사유가 앞서게 되는데요 (앞의 논의 처럼, 첨단 산업과 상업화 추구에 따라서, 전자의 측면이 강해지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비판적 사유를 하려면, 이게 뭔지 제대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실제 이런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틴씨는 Creative Commons에 대한 이해도 대단히 명확한 듯합니다.
- 자신들의 저작은 기본적으로 모두 Open Source형태를 취해서 개방한다.
- 모든 사이트가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폐교 등) 공공지대를 이용해서 만들어 짐으로써, 비용이 들지 않고, 공공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갖게 한다
- 유치원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참여하는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 Inszenierung http://de.wikipedia.org/wiki/Inszenierung 
즉, 영어로 한마디로 번역하기 힘든 '판짜기'/판돌리기' 의 중요성에 대해서 여러번 이야기했습니다. 
극장의 비유를 사용하는데...
감독의 적절한 역할을 통해서, 극장에 들어온 공연자와 관객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죠. 
특히 보수적인 고령의 지역민들이 창의적 공공지대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 즉 '우정과 환대'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지역/장소를 선정하고, 사람들을 찾는 방법이 가장 궁금한 지점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 어느정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으나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곳을 찾아간듯합니다. 
- 각 사이트의 인구가 1500명에서 2만명 사이라고 하니, 우리 기준으로는 굉장히 작은 곳들입니다. 오스트리아 전체 인구가 700만 정도라고 하니까요. 일대일 비교는 힘들듯합니다. 
- 그런 곳에 가서 지역의회(?) 사람들과 협의해서 장소를 얻어내고. 핵심인력을 발굴하고 (매직 5)
- 이들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스스로 프로젝트화, 조직화 하도록 돕는 인큐베이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지역개발 컨설턴트로 일하던 사람이라서 이 점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 장소는 활용이 되지 않는 공공건물인데, 재미있는 예는 99%공정이 완료됐으나 국민투표로 가동하지 않은 핵발전소 (박물관으로 사용이 된답니다.)도 사이트 중 한곳이라고 합니다. 이 박물관의 요청으로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들 자료가 다 독일어라서...
2~3달 내에 협동조합에서 번역 분과를 만들 생각이고, 그러면, 영문 자료들을 생성해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운동 전략을 virus나 균류의 확장/증식으로 비유를 하면서 revolution이 아니라 silent evolution이다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같이 찾아 온 FT 기자는 (Sally Davies) 호주출신인데 기술/예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 룸메이트가 환경정책으로 유명한 영국 정치인(?)의 보좌관이라서 지속가능성 운동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진보성향인데, FT의 젠더 균형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 일하고 있다고 (FT는 Gilian Tett라는 유명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데스크의 고위직이지요.)하네요. 하지만, 이튼-캠브리지/옥스포드 출신의 백인 남성이 주류이면서 WSJ와 함께 금융자본주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FT내에서의 역할에 대해선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고백하기도 하고.

샐리가 계속 마틴에게 질문을 던져서 여러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냈습니다. 
또, 혁신활동이 결국 자본에 포획되는 경향에 대해서도 지적하고요. 영국에선 전통적인 거대 협동조합의 스캔들 때문에, 협동조합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나라와 달리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호주인들이 자신들의 '존재의 역사적 부조리성' 때문에 (Aborogine의 땅을 빼앗아서 식민화한) 더 제노포비아가 심하고, 영토에 대한 집착을 갖는 경향이 있다거나. 토니 애봇 (호주의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호주가 계속 망가져 가는 점, 특히 환경 문제가 악화일로라는 점 (호주는 100년 넘게 잘못된 개발로 농지의 염도가 증가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허브의 학습모임에서 공부중인 Resilient Thinking에도 대표적인 사례가 소개됩니다.)

극장 판짜기에 대한 비유를 자끄 랑시에르의 이론과 연결시키기도 하고. 
Martha Nussbaum의 political emotion이라는 책이나 NYU에 있는, 호주출신 환경/기술자/예술가인 Natailie Jeremijenko의 활동도 소개해줬습니다. 

http://www.environmentalhealthclinic.net/

두사람 다 하자를 구경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Korea Foundation에서 Next Generation European Leade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초대한 건데, 일주일 동안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같은 곳을 계속 방문한 모양입니다. 대전에 창조경제 센터란 곳도 갔는데, 질문은 받지 않더라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도 ㅎㅎ.  방문한 사이트보다, 자기들끼리 네트워킹 한 게 더 재미있었다고 하고요. 마틴씨는 하자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더군요. OTELO의 사이트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니까, 하자에는 한군데 여러가지가 함께 있는 것이 신기한듯했습니다. 샐리씨도 런던이나 뉴욕에서도 보기 힘든 곳 같다고 촌평을 하고...


OTELO 자료는 향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허브 학습모임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 허브 학습모임은 시즌2가 시작돼서, 지난 주 Shale혁명 이야기를 했고. 금주엔 드디어 두가지 주제 영역 기둥 중 하나인 Creative Commons- 커뮤니티 중 '학습' 부분에 대해서, 하루가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발표 자료와, 스케치 등은, 자공공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 공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