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웹] world report from Netherlands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우리 동네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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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까닭에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집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다. 시작하는 디자이너로서 이런 곳에 자리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적당한 가격의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작업실까지 생각한다면 몇 년 동안 계약된 작업이 꽉 짜여 있어야 스튜디오를 열 판이다. 네덜란드는 수입의 45%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후에 그 세금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는 등 여러 복지 서비스가 있는데,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하는 디자이너인 내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은 ‘부르트 워크 플라츠(www.buurtwerkplaats.nl)’, 한국말로 풀이하면 동네 작업실이다. 암스테르담의 웨스터 파크(Wester park)에 위치한 이곳은 암스테르담 시와 왕실의 기금을 받아 25년째 운영되는 공공 작업실이다. 직업을 잃은 사람,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 공간이 없는 사람 등 어떤 이유든지 석 달에 18.50유로(3만 원 내외)를 내고 이곳에 등록하면 나무, 금속, 도자, 실크 스크린, 유리 등 다양한 종류의 작업실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수작업만을 위한 책상이 놓인 작업실이아니다. 재료에 따라 웬만한 작업이 가능한 전문 기계가 갖춰져 있고, 보통 퇴직한 사람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가 작업실 보초를 선다. 
이들은 새내기 이용자에게 다양하게 조언하는 조언가이자 좀 더 체계적인 제작 기술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학기별 수업을 제공하는 선생님이다. 부르트 워크 플라츠는 대단한 물건·프로젝트만을 완성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 어떤 이는 고장 난 문짝을 고치겠다고 들고 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집에서 쓸 도자기 컵을 만들겠다고 찾아온다.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젊은이부터 손주의 고장 난 자전거를 고치러 오는 할아버지까지 공공 작업실, 부르트 워크 플라츠는 언제나 붐빈다. 네덜란드의 인건비는 한국의 두세 배고 DIY문화 또한 그만큼 발달했다. 노동의 가치는 정확히 지급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 대안으로 본인 스스로 노동할 수 있는 부르트 워크 플라츠 등의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장에선 좁은 도시에 여러 개인 작업실이 겹쳐 존재함으로써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서 좋고, 이용자 입장에선 불필요하게 큰 돈 들여 기계와 도구를 구입·보관할 장소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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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류지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졸업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Man&Humanity 졸업
  현 독립 디자이너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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